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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 조용한 럭셔리, 뉴 미니멀리즘 'LEMAIRE'paris 2024. 5. 20. 06:44
누군가가 르메르의 옷을 입고 있다면, 우리는 왠지 그가 좋은 취향을 가졌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 좋은 취향은 단순히 옷이나 액세서리 등으로 겉모습을 근사하게 치장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힘을 주지 않은, 그래서 편안하고 실용적이며 단순하지만 말로 형용하기 힘든 오묘한 아름다움. 르메르는 그저 패션 브랜드가 아닌 삶의 태도처럼 느껴집니다. 전 세계에 많은 매장을 만들지 않아 그래서 더욱 귀하고 값진, 르메르의 파리 매장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블랙톤으로 익스테리어를 마감한 모습은 자칫 무겁거나 어두운 인상을 줄 수 있기 마련인데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르메르의 제품들은 마치 편안한 집 속에서 안락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물들처럼 느껴졌습니다. 매장 안은 르메르의 전매특허 컬러 팔레트인 뉴트럴 톤, 밝은 나무들과 타일, 그리고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빛으로 쓴 문학 작품 같았어요.
정제된 언어로 자신만의 세계를 전달하는 크리스토프 르메르. 2014년부터 그와 르메르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로 브랜드를 함께 운영 중인 사라 린 트란이 함께 빚어내는 ‘일상성’에 대한 탐구는 이 시대의 미니멀리즘을 재정의하였습니다. 상의와 하의를 같은 컬러로 맞춘 단색 스타일링이나 다양한 레이어링, 스킨톤과 비슷한 뉴트럴 톤 계열의 팔레트로 르메르가 전달하고자 하는 편안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이 시대의 새로운 클래식을 선보입니다.
“저는 르메르가 사람들에게 쉬운 옷으로 다가가길 바라요. 유난히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처럼 말이죠.”
라고 말하는 사라 린 트란. 그녀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그들의 디자인 방향성에 대해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르메르는 스테디셀러가 많은 브랜드입니다. 의류뿐만 아니라 가방과 슈즈, 액세서리까지. 카테고리별로 누구나 르메르의 제품으로 알아볼 수 있을 만한 디자인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진정한 스테디셀러 아이템은 크로아상 백일 것입니다. 매 시즌 동일한 디자인으로 시즌 특별 컬러를 출시합니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이지만 매장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르메르만의 미학적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특색 있는 가구들 혹은 요소들이 여기저기 있었습니다. 오브제인지 의자인지 착각이 들만한 낮은 스툴, 크로아상 백을 굳건히 받쳐주고 있었던 조각 작품, 에그 백을 고이 모시고 있었던 독특한 재료로 만들어진 조형물 등등. 가방 하나를 보여주는 방식도 많은 고민 끝에 얻어진 결과물 같았습니다.
2014년 브랜드의 리오픈 이후 이제 딱 10년을 맞이한 르메르. 코로나가 한창일 무렵에도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여준 크리스토퍼 르메르의 담백하지만 매혹적인 이야기는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영화 촬영장에서 사용하는 조명을 사용하여 쇼를 구성하는 르메르만의 오리지널리티.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생활 속 사람들의 움직임을 늘 관찰한다는 그의 시선, 눈동자는 지금 어디를 보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Written by STUDIO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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