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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 히말라야에서 온 아름다운 서사시 'HIMA JOMO'paris 2024. 4. 16. 04:32
어느덧 우리의 삶에 꽤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린 향수. 많은 사람들이 향수를 구입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그것을 즐깁니다. 단순히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좋은 잔상을 남기기 위함 일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고요한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아주 오랫동안 향수를 사용해 왔습니다. 유독 까다로워서인지 마음에 드는 향수를 고르는 일은 늘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고, 지금도 꾸준히 사용하는 향수들은 두 종류를 채 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향수 브랜드를 발견할 때마다 무척 반가운 마음에 시간을 들여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가서 시향을 해보곤 합니다. 그러한 저에게 Hima Jomo는 첫인상부터 아주 특별했습니다. 용기의 디자인부터 비주얼 아이덴티티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제 마음을 사로잡은 이 브랜드는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자연의 이름 아래 2020년 파리에서 미학과 자연, 그리고 웰빙에 대해 비슷한 취향을 가진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산스크리트어로 눈(Snow)을 의미하는 히마(Hima), 거처를 의미하는 알라야(Alaya). 이렇게 두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히말라야(Himalaya)는 세계 인구 절반의 생명의 원천이자 수천 종의 생명이 서식하고 있는 거대한 세상입니다. 브랜드명 Hima Jomo의 Hima는 히말라야의 앞 글자이며 Jomo는 Joy of missing out 의 약자로 실종의 기쁨, 다시 말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여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것을 놓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Hima Jomo는 현대 사회의 개인이 만족하고 성취감을 유지하면서 외부 세계와의 단절의 심오한 행복을 받아들이도록 권장합니다.”
“Hima Jomo encourages individuals in modern society to embrace the profound bliss of disconnecting from the external world while remaining content and fulfilled.”“이 철학은 분주한 외부 세계로부터 분리된 가운데 평온과 행복을 찾는 히말라야 유목민들의 삶의 방식을 반영합니다. 최소한의 필수품에 초점을 맞춘 그들의 삶은 진정한 행복이 풍요로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단순한 것에서 기쁨을 찾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This philosophy mirrors the way of life embraced by the Himalayan nomads, who find tranquility and happiness amidst theirs detachment from the bustling outside world. Their lives, focused on the bare necessi- ties, are a testament to the fact that true happiness lies not in abundance, but in finding joy in the simplest of things.”
(Hima Jomo 웹사이트에서 발췌)마레 지구에서도 다소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매장. 이곳의 분위기는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반영하듯 차분하고 고요했습니다. 간접조명을 사용한 유선형의 공간 안에서 방문자가 여유를 가지고 향수를 시향 할 수 있도록 하였고, 향수에 사용된 귀중한 천연원료들이나 히말라야에서 직접 공수해왔을 것으로 보이는 돌과 나무들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해 주고 있었습니다.
현재 히말라야의 사계절과 장소를 모티브로 한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가지의 향수와 핑크 솔트, 캐시미어, 티(tea)에서 영감을 받은 최근 컬렉션 세 가지, 트레저(Treasures), 총 7개의 향수가 있습니다. 각 향수에는 히말라야에서만 발견되는 희귀한 원료가 사용되며 90% 이상이 쳔연 및 유기농 성분이라고 합니다. 시향을 도와주셨던 직원분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일곱 가지 향수를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향과 비슷한 결의 제품들도 있었고 다른 곳에서 전혀 본 적 없는 독특한 향들도 있었습니다. 파리의 이 작은 상점에서 눈을 감고 잠시나마 히말라야와 그곳의 대자연속 이름 모를 귀중한 야생식물들, 장엄한 자연의 경외를 상상하며, 찰나였지만 오롯이 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Hima Jomo의 향수들은 일종의 예술적 창조물처럼 느껴집니다. 결과물을 만들기까지의 창업자 두 사람의 심도있는 연구와 자연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 그리고 잠시나마 바쁜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놓치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에 대해 생각해 보길 제안하는 브랜드 철학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향수 브랜드를 넘어 궁극적으로 좋은 삶에 대해 우리 모두가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브랜드 경험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좋은 브랜드는 삶을 한 차원 더욱 풍요롭게 하고, 상상하게 만들며,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한 번도 가본적 없는 광활한 그곳 어딘가 깊은 숲속 야생동물과 이름 모를 식물들이 끝없이 펼치진 곳을 상상하며 언젠가 히말라야에서 눈을 뜨고 아침을 맞는 날들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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